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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이야기] 시대의 정신적 희망? 연극계 내부 병폐부터 걷어라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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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 한국 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에 가면 볼 수 있는 문구다. 연극인들은 사회를 가장 예민하고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이를 무대 위에 되비추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통해 “연극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듯, 작품 속에 사회와 인간을 담아내고 동시대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이들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다.
 
그러나 최근 폭로된 몇 연극인들의 성추문으로 인해 공연계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이들이 거울을 비춰야 할 대상은 어두운 바깥세상이 아니라 추악한 그들 자신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SNS를 통해 성범죄 사실을 밝히는 ‘미투(Me Too) 운동’이 국내외로 퍼지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극계에서도 용기를 낸 스태프 및 배우들이 ‘해시태그(#)’를 달고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나섰다.
 
먼저 배우 이명행이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폭로로 지난 10일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했다. 앞서 그가 조연출을 성추행해 두산아트센터 등에서 ‘출연 정지’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명행은 “과거 잘못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 특히 성적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분들에게 사죄한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이보다 더 큰 논란은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SNS에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김 대표는 “10여 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이 전 감독이 여관방에 자신을 불러 안마를 할 것을 요구받았고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그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추가 증언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증폭됐다.
 
결국 이 전 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면서도 “법적처벌을 각오하고 있지만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 어떨 때는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졌지만 내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태로 인해 30년 넘게 활동해온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해체’라는 파국을 맞이했고, 한국극작가협회, 서울연극협회 등은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앞으로 성범죄 피해자 및 가해자는 계속해서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해 연극계가 ‘블랙리스트’로 인해 외부에서 타격을 맞았다면, 이번에는 내부에서 곪아터진 병폐로 위기를 맞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에 참담함을 느낀 관객들이 하나둘 극장을 떠나려 한다는 점이다. 연극이 다시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발길을 떼려는 관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성찰과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 2018년 2월 23일자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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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2/23 [18:14]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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