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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드북’ 한정석 작가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받은 사람, 공감할 수 있죠”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어 주목받는 신작…‘미투 운동’ 맞물리며 크게 주목
 
양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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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드북(연출 오경택)’의 한정석 작가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연극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듯, 예술은 사회와 인간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동시대의 문제를 드러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미투(Me Too) 운동’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으로 뮤지컬 ‘레드북(연출 오경택)’을 빠트릴 수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성들이 받은 차별과 선입견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권리와 박탈당한 기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레드북’은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여인 안나가 작가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남성 작가가 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이어 아름다운 노랫말과 풍부한 감성을 극 안에 담아온 한정석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투 운동’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화제가 된 ‘레드북’은 지난해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산실’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초연 때부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극은 여성들이 처한 힘든 현실을 꼬집으며 큰 공감을 받았다. 한 작가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 작업한 이선영 작곡가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문제제기를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 뮤지컬 ‘레드북(연출 오경택)’ 공연장면 중 안나(왼쪽, 아이비 분)가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의 회원이 됐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그는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부당함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러한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회가 점점 빠른 속도로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사실 ‘레드북’이 사회 현상과 시기가 적절하게 잘 맞았다고들 하지만, 좋은 일로 맞물린 게 아니라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작가로서 ‘픽션’을 쓴 건데 현실에서는 픽션보다 더 심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극의 주인공 ‘안나’는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남자들에게 언어적·물리적 성희롱을 수도 없이 겪는다. 저명한 평론가 ‘존슨’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작가 지망생인 안나를 강제로 추행하려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한 작가는 “그 당시 가장 흔했을 법한 이름인 ‘안나’를 택했다. 누군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이 겪는 차별을 안나를 통해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이라는 점도 있지만 ‘작가’라는 점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한 작가는 “여러 책과 논문, 문헌, 영화 등을 찾아보니 과거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온전히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남성 작가와 동일선상에서 작품을 내놓는다 해도 ‘여성이라서 이렇게 했다’는 프레임을 씌워 깎아내리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독자적 예술가로 활동하는 것이 어려운 관행들이 지금까지 지속돼온 면이 있어서 그런 애로사항을 녹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주인공이 여성이고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에는 남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을 받거나 부정당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쯤 차별받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특히 한국 사회는 어떤 획일화된 기준을 만들고 그것에 사람들을 맞추려 하는 경향이 크잖아요. 기준에서 벗어나면 실패자, 낙오자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 중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안나로 인해 변해가듯이, 사회에 다양한 답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한정석 작가는 "알면 알수록 뮤지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쓰면 쓸수록 차기작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작가로서 긍정적인 건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뮤지컬은 소재의 제한이 적다는 점이다. 이선영 작곡가를 비롯해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아가사'의 한지안,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의 채한울, '로기수'의 장우성 등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 그리고 문화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한 작가는 “예술 작품은 시대와 소통하고 어떤 식으로 호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확실히 이런 점은 문제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앞으로 젠더 이슈가 더 공론화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좋은 태도나 가치관에 대해 제시하는 작품도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많았다.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은 너무 교훈적이라거나 가르치려 든다는 인식 때문에 기피됐던 게 사실이다. 사는 게 충분히 힘들고 인간의 추한 욕망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삶 안에 수없이 널브러져 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세상에 선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가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하는, 긍정적 기운을 얻어갈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제 삶에서 마주한 가장 큰 고민을 주제로 극을 쓰는 것 같아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 때는 ‘내가 지금 힘이 들지만, 나를 지켜봐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을 위해 힘을 내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이번 ‘레드북’은 ‘내가 어떤 사회적 기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지라도 나를 인정하고 지키는 것이 행복한 삶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담았어요. ‘인간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할수록 글을 쓸 때 힘이 나더라고요.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관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이름: 한정석
직업: 작가
생년월일: 1983년 7월 8일
학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사,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석사 과정
수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참여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레드북’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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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뉴스컬처/공연문화팀장
yang@newsculture.tv
 
2018/03/15 [16:11] ⓒ 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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