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 거대 OTT 플랫폼의 공세 속에 극장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있는 한, 극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공개된 후속작 ‘아바타: 불과 재’는 왜 관객이 굳이 극장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선 압도적인 스크린 체험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선 입체적 서사
이번 작품은 전편에서 장남 네테이얌을 잃은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가족의 상실과 균열을 중심에 둔다. 슬픔에 잠겨 과잉 보호에 집착하는 제이크와 네이티리,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차남 로아크의 갈등은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세계관의 확장이다.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과 침략자 인간(스카이피플)의 대립이라는 기존의 단순한 선악 구도는 ‘재의 부족(Ash People)’의 등장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이번 편의 핵심인 재의 부족 ‘망콴’은 화산 폭발의 고통 속에서 에이와에 대한 분노를 키운 집단이다. 우나 채플린이 연기하는 리더 바랑을 필두로 이들은 쿼리치 대령과 손을 잡으며 설리 가족을 전례 없는 위기로 몰아넣는다. 한편, 전편에서 겉돌던 인간 소년 스파이더가 굵직한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키리가 여신 에이와와 더 깊이 교감하는 모습은 5부작으로 기획된 전체 시리즈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140페타바이트의 데이터가 빚어낸 시각적 경이
‘아바타: 불과 재’가 선사하는 시각적 쾌감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야심 찬 기술적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처드 베인햄 총괄 프로듀서 겸 시각효과(VFX) 슈퍼바이저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무려 140페타바이트(14만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디스크 공간이 사용되었다. 19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중 시각효과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 실사 장면은 단 11컷,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7초에 불과하다. 사실상 영화의 모든 순간이 정교하게 계산된 디지털 아트인 셈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새로운 생태계 묘사에서 빛을 발한다. 재의 부족이 몰고 다니는 화염과 불티는 3D 효과를 통해 관객의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창공을 누비는 바람 상인 ‘틸라림족’과 그들의 크리처들은 이번 작품의 시각적 백미다. 해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거대 크리처 ‘메두소이드’는 반투명한 형광빛과 우아한 움직임으로, 거대 오징어를 닮은 ‘윈드레이’는 기민한 액션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철저한 고증으로 완성된 ‘현실 같은 판타지’
웨타 FX(Wētā FX)의 에릭 세인던 슈퍼바이저는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판도라의 환경을 실제 지구의 물리 법칙에 기반해 설계했다. 제작진은 숲을 구현할 때 소프트웨어상에서 식물을 심고 생장 주기와 낙엽의 시듦까지 시뮬레이션하여 자연스러운 숲의 밀도를 만들어냈다.
불과 물의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실제 화염방사기를 이용해 불의 물리적 움직임을 연구했고, 물 분자의 구성과 상호작용이 지구와 동일하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스파이더와 키리가 바다 생물 ‘일루’를 타는 장면에서도 파란 수트를 입은 배우들이 실제 물속에서 연기하며 물살의 저항과 방향 전환을 몸소 표현했다. “관객이 어느 것이 CG이고 어느 것이 실사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세인던의 목표는 완벽하게 달성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