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7년 가까운 공백기를 깬 극장 복귀작 치고는 디즈니의 내부 분위기가 꽤나 차분하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디즈니는 다가오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4일간 ‘스타워즈: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거둘 오프닝 수익을 8,000만 달러 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흥행 참패의 꼬리표가 붙은 2018년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오프닝(3일간 8,400만 달러, 4일간 1억 4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스카이워커 사가의 마침표로 홍보됐던 전작이 거둔 1억 7,730만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성적표다.
온라인의 반응 역시 솔로 개봉 당시의 미적지근함과 묘하게 겹친다. 전형적인 슈퍼볼 광고를 패러디한 유쾌한 스팟 영상은 팬들의 매서운 비판을 받았고, 최근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공개된 클립 또한 조종석에서 의미 없이 버튼을 만지작거리는 그로구의 모습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대중문화 전반을 호령하던 무적의 콤비치고는, 루카스필름이 내심 기대했을 폭발적인 반응과는 거리가 먼 씁쓸한 극장가 복귀전인 셈이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디즈니의 한풀 꺾인 기대치가 오히려 영리하고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한 솔로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도 제작비만 3억 6,500만 달러가 투입된 데다 감독 교체라는 치명적인 잡음까지 겪으며 6억 달러라는 비현실적인 손익분기점에 짓눌렸던 프로젝트였다. 반면 존 파브로가 메가폰을 잡은 이번 신작은 디즈니 체제의 스타워즈 영화 중 가장 가벼운 1억 6,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막대한 그로구 관련 장난감 수익은 이미 보장된 덤이다.
사실 디즈니와 루카스필름의 진짜 타겟은 박스오피스 신기록 갱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6년 반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이 처음으로 극장에서 스타워즈를 경험하기에 충분한 텀이다. 존 파브로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스타워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음 세대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루카스필름 공동 CEO 데이브 필로니 역시 무거운 새로운 트릴로지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가볍게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 프로젝트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이처럼 스크린 위에서 스타워즈 IP가 현실적인 체급 조절을 거치며 프랜차이즈의 유연성을 테스트하고 있다면, 현실 세계에서는 조지 루카스라는 이름이 지닌 유산이 전혀 다른 차원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22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문을 여는 ‘루카스 서사 미술관(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이 바로 그 무대다.
조지 루카스 하면 반사적으로 광선검과 우주선을 떠올리겠지만, 약 10만 제곱피트 규모의 30개 갤러리를 채울 1,200여 점의 개관 전시작 중 머나먼 은하계의 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미술관의 야심은 단순히 거대한 단일 프랜차이즈의 전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이미지를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해 왔는지 그 방대한 서사 예술(Narrative Art)의 궤적을 짚어내는 데 있다.
공개된 개관 전시 라인업은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다채로운 큐레이션을 자랑한다. 미술관의 건축적 비전을 담은 디자인 섹션을 시작으로, 토머스 하트 벤턴의 미국인의 삶 묘사, 베아트릭스 포터 등이 참여한 아동 문학 일러스트가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또한 어린 시절, 공동체, 노동 등 현대 미국 사회를 형성한 신화를 다루는 ‘일상생활’ 갤러리와 법정 및 정치 현장을 포착한 ‘시민 생활’ 섹션도 마련된다.
코믹스 및 그래픽 스토리 라인업에는 뫼비우스, 잭 커비, 프랭크 밀러, 앨리슨 벡델, 짐 리 등 거장들의 작품이 포진해 있으며,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콜렉션도 독립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더불어 프랭크 프라제타의 화려한 일러스트,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한 회화들, 제시 윌콕스 스미스의 동화적 장면, 디에고 리베라 등이 참여한 대형 벽화 작업까지 촘촘하게 배치된다. 모험과 SF, 판타지를 아우르는 ‘서사 형식’ 갤러리에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흔적이 포함되어 있으며, 맥스필드 패리시의 몽환적인 화풍, 로버트 카파와 도로테아 랭의 묵직한 다큐멘터리 사진, 노먼 록웰의 걸작들과 N.C. 와이어스의 일러스트, 그리고 서부극이 남긴 미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서사 미술의 모든 각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물론 섭섭지 않게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확실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주로 ‘시네마’ 섹션에 배치될 루카스 아카이브의 전시물들 중에는 더그 치앙의 콘셉트 아트를 비롯해 실물 크기의 나부 스타파이터, 새로운 희망에 등장했던 랜드스피더, 밀레니엄 팔콘의 오리지널 도면과 모델, 다스 베이더 코스튬과 요다 실물 모델, 심지어 스피더 바이크에 탑승한 그리버스 장군의 조각상 등이 포함된다.
박스오피스의 거대한 수치에 얽매이던 우주 오페라는 이제 극장가에서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려 하고 있고, 그 세계를 창조한 거장은 LA 한복판에서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 예술의 거대한 집대성을 선보인다. 스타워즈와 조지 루카스의 유산은 스크린의 안팎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가장 현실적이고도 원대한 다음 챕터를 넘기는 중이다.